2022년 12월 6일

작년 겨울에 개 사진을 찍고 나서는 한동안 블로그를 거기에 멈춰 두었다. 그렇다고 열심히 쓰던 블로그도 아니고 개가 겨울에 죽은 것도 아니지만 잉크라는 이름을 지어준 선배에게도 갑자기 개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잘 알지 못하는 아들놈에게도 미안해서 한동안 그 사진을 쳐다보기만 했다.

개는 굴러다니게 방치해준 비닐 포대를 뜯어먹고 그게 장을 막아서 죽었다. 며칠은 장염인가 했고 그 뒤로 수술했지만, 수술이 끝나던 다음 날 아침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. 나는 꽤 멀리까지 나가 있다가 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죽은 개를 데리고 김포에 있는 화장터를 다녀왔다.
고양이가 죽었을 때는 그보다 확실한 형태를 띠고 뼈가 나왔던 거 같은데 어째서 덩치가 2배는 되는 개는 이렇다 할 형태도 남기지 않고 적당히 구불구불한 작대기 같은 뼈를 남기고 가루가 되는가 하며 뜨끈한 단지를 들고 작업실로 돌아왔다.

죽은 개는 잘 못 만든 싸구려 인형처럼 뻣뻣해져서 작은 방에 누워 작별을 고했지만, 문 앞에서 튀어나올까 봐 조심하게 만들고 난리를 피우던 만큼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작업실 앞에 올 때마다 그때의 느낌이 난다.

오늘 동네에 얼룩덜룩한 누렁이가 집을 나와서 혼자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으니 다시 개 생각이 났다.

답글 남기기

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. 필수 필드는 *로 표시됩니다